명동백작
🧑 최영철
📅 2007-12-30
👀 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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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12300740569.jpg (내려받기)
<P>올 한 해의 마지막 일들을 마무리하고 새해 연휴로 들어가는 날이다.</P>
<P>평소 친한 고교 선배님의 아드님 결혼식이자 올해의 마지막 결혼식 참석을 위해 명동성당을 찾으며, 오랜만에 세모의 명동 거리를 혼자 거닐었다.</P>
<P>학창시절부터 여전한 자리에서 음악회 포스터로 창을 가린 낯익은 악보점을 돌아 인파가 북적이는 사이 길로 두리번거리며 걷는데 오래 전부터 친숙한 거리라 그런지 전혀 낯설지 않다.</P>
<P>다만 내가 휘젓고 다니던 학창시절보다는 거리의 물건이나 상점의 인테리어가 현대식으로 바뀌었을 뿐 옛 모습 옛 거리 그대로이다.</P>
<P>참! 사람들의 모습이 바뀌었구나...</P>
<P> </P>
<P>작지만 꽤 유명했던 해장국집 2층에서 국밥을 한 그릇 시켜놓고 앉아 있자니 그 옛날 음악 합네 하며 악기 하는 친구들과 명동 거리가 좁다 하며 돌아다니다 오비맥주집, 단골 음악감상실 공짜 생활이 생각나 슬며시 웃었다.</P>
<P>그 시대에 나에게 감명 깊었던 책이 있었는데 "목마와 숙녀"로 유명한 박인환 시인을 그린 소설가 이봉구씨의 "명동백작" 이었다.</P>
<P>아마 전쟁을 겪으며 상실과 좌절 허무를 그린 박인환 시인의 삶이 당시 긴급조치 속 장발 단속을 피해 도망 다니던 예술가 초년병들의 좌절과 맞물렸었던 것 같다.</P>
<P>그렇게 밀려났던 긴조세대이자 역사의 뒤안길로 버려졌던 475세대가 부활한다는데...</P>
<P> </P>
<P>흰 눈발이 조금씩 휘날리고 오가는 인파가 점점 많아지는데, 머리가 시리다.</P>
<P>모자나 하나 사야겠다.</P>
<P>머플러를 진열해 놓은 작은 상점 안을 살펴보니 모자가 눈에 띈다.</P>
<P>"모자를 쓰니 30대 후반, 벗으니 50대..." </P>
<P>중얼중얼 했더니 점원이 아니란다.</P>
<P>"벗어도 40대예요.."</P>
<P>몇 가지 더 사며 많이 팔라고 덕담을 하고 나온다.</P>
<P> </P>
<P>겨울바람으로 출렁이는 한강을 끼고 달리는데 차창 밖으로 흰 눈발이 휘날린다.</P>
<P>그냥 집으로 들어가기는 조금 을씨년스럽다는 생각에 집사람과 강 건너 잘 가는 전통음식점을 찾아 들어갔다.</P>
<P>이 집은 언제나 70년대 음악을 틀고 있는데 주인이 나와 같은 세대이구나 생각하면서도 한번도 물어본 적은 없다.</P>
<P>바닥에 깔려있는 가마니와 진흙으로 버무려 대충 만든 페치카, 창호지로 감은 뿌우연 백열등이 아까 걸쳐온 명동거리와는 사뭇 대조적이다. </P>
<P>식사 후 얼기설기 만든 나무 덧문을 나오니 눈발이 제법 거세지기 시작한다.</P>
<P>이제 한 해가 진짜로 저무는구나.</P>
<P>낮에 사서 쓴 중절모자가 따뜻하게 느껴지는 건 분명 세월이 흐르긴 흘렀나보다.</P>
<P>잘 가거라 세월아...</P>
<P>내일이면 올 한 해의 잡다한 모든 일들이 흰눈으로 쌓여 묻혀지겠지...</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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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align=center>" 세월이 가면"</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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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align=right>박인환 시인</P>
<P>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BR>그 눈동자 입술은<BR>내 가슴에 있네.<BR><BR>바람이 불고<BR>비가 올 때도<BR><BR>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BR>그날의 밤을 잊지 못하지<BR><BR>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BR>여름날의 호숫가 가을 공원<BR>그 벤치 위에<BR>나뭇잎은 떨어지고<BR>나뭇잎은 흙이 되고<BR>나뭇잎에 덮여서<BR>우리들 사랑이<BR>사라진다 해도<BR><BR>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BR>그 눈동자 입술은<BR>내 가슴에 있네.<BR><BR>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P>
<P></P><SPAN style="FONT-SIZE: 13px; COLOR: #000000; LINE-HEIGHT: 21px; FONT-FAMILY: ’바탕’; TEXT-ALIGN: justify"><BGSOUND balance=0 src="http://www.m-letter.or.kr/mail/music/추가곡13/Laurens van Rooyen- Reverie.mp3" volume=0 loop=5></S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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