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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을 들여다보다

(詩) 거울을 들여다보다

 

詩人 신성수

 

아내와 나란히 등허리에 파스를 한 장씩 붙이고 딸들의 집에서 돌아섰던 을미년 새해 초사흗날 아침 광희문, 지난 밤 장보기에서 빠뜨렸던 것을 사러 나서던 나는 현관에 남은 집사람과 아이들의 발자국을 보고 울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지난 해 마지막 날 장모님을 문병하고 돌아오던 고속버스 안, 아내는 어둠 속에서 혼잣말로 ‘다시 제 통장이 비었어요. 큰애 두 달 밀린 적금 넣었어요.’라고 했다. 아내는 그랬다. 엄마인 아내는 그랬다. 몹시 친정엄마를 아파하면서도 아이를 걱정하였던 것이었다. 온 종일 물에 손을 담그고 일하느라 손이 갈라 터진 큰아이는 아껴 써도 모자라요 하는 것이었고 지난 연말 작은아이는 스마트폰을 잃어 버렸다고 했다. 그랬다. 내가 그랬다. 애비인 나는 누구였을까. 아내의 깊은 속을 헤아리지 못하고 겨우 한다는 소리가 해가 바뀌면 회갑까지 오년 남았다는 할 필요도 없는 소리로 가족들의 걱정만 늘여 놓고 있었던 것이다. 뭐 대단한 청소 거들었다고 몇 가지 장보기 하고 돌아오면서 파스를 사고 여기 붙여라 아니 그 위에 하면서 새해부터 위세를 부린 나는 정말 누구였을까. 아내는 또 그랬다. 그래도 가장이라고 먼저 파스를 붙여 주고는 저도 붙여 주세요. 하는 것이었다. 그때 잠에서 깬 작은아이가 애비인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아이를 마주하기 어려웠던 나는 금세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나는 고개를 돌리지 말았어야 했다. 거기 부끄러운 내가 전신 거울 속에 허리도 못 펴고 앉아 있었던 것이었다. 정말 그랬던 새해 초사흗날 아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