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정선에서 고개를 쳐들고 오다
시인 신 성 수
화암동굴 입구에서 가족들하고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세상이 제 아무리 무거워도 그때만큼 넉넉한 한 때가 어디 있겠습니까.
가슴은 벅차고 서툰 포즈도 그만입니다. 구웃(good)입니다.
발자국 하나라도 놓칠까 아내와 아이들 앞에서도 숨을 멈추고 찰칵 칼칵해댑니다.
이젠 제법 핸드폰에도 추억을 담습니다. 괜히 으쓱거리기도 합니다.
그때였습니다. 작은 아이가 ‘디카에 여유가 없어요.’ 할 때였습니다.
멀리서 누군가 손가락질 해대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누가 감히 하고 고개를 돌리는데 그만 움츠려 들고 말았습니다.
날쌘 걸음으로 동면을 향해 치닫는 여러 대의 비상급수 차량들이었습니다.
너는 거기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아차 했습니다.
숙소를 안내해 주면서 이곳 정선에 지난 가을 이후로 비 다운 비 한 번 오지 않았다는
그곳 분의 이야기가 그제야 다시 떠올랐습니다.
조금만 더 가면 황동규 선생님의 몰운대가 있는데
참말 그 말은 입 밖으로 내지를 못하고 서둘러 돌아왔습니다.
아내와 아이들은 차 시간이 되어서 떠난 것으로만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다행입니다.
그래도 아쉬움이 가득한 까닭은 도저히 알 수 없습니다.
급수차량들은 클랙슨만 서로 주고받으며 급히 급히 지나갑니다.
거기 정선이 있었습니다.
버스정류장 안내판에 '멀미'라는 곳이 있었습니다.
핸드폰에 꾸욱 눌러 담으면서 괜히 웃었습니다.
내가 그랬습니다.
그런 까닭에 급히 이 글을 씁니다.
고개를 쳐들고 새벽에 몰래 적었습니다.
기축년 이월 이일, 다섯 시를 팔 분 앞 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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