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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인사

(詩) 어떤 인사

詩人 신성수

 

벚꽃이 떨어져 밟으면 꽃들이 아파할까봐 피해서 걷다가 그만 약속에 늦었습니다. 왜 늦었느냐고 묻자 그렇게 말하였더니 만나기로 했던 사람도 고개를 끄덕여 주고는 꽃들이 떨어져 누운 길을 조심 조심 걸었습니다. 밀렸던 이야기도 작은 목소리로 천천히 말하고, 웃음은 입을 가리고 소녀처럼 시늉을 내 보았습니다. 벚꽃이 조금이라도 더 나무에 달려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벚꽃도 넉넉한 날숨으로 우리를 내려다봅니다. 넉넉한 봄입니다. 그렇게 함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자연도 사람도 모두 기꺼운 어깨동무로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쉽게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을 잊고, 간직해야 하는 것을 잃고 있습니다. 나는 벚꽃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동행하던 사람도 아하 하고는 같이 손을 내밀어 주었습니다. 벚꽃이 두 손을 내밀어 맞잡습니다. 성큼 한 걸음 더 다가와줍니다. 기뻤습니다. 함께 큰 소리로 야아 소리 지르다 낮잠이 들었던 바람을 깨우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좋았습니다. 서로 함께 있기로 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