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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변명

(詩)

어떤 변명

詩人 신성수

 

올해도 아내를 위한 시 한 편 못쓰고 말았다.

아니 올해만이 아니라 단 한 번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

 

나는 누구인가

스무 해가 넘도록 부족한 작품을 정성을 다해 읽어주고

명색이 남편이 시인이라고

무던히도 이해하려고 애쓴 아내에게

이 겨울 정말 나는 누구였을까

 

아아,

무던한 아내여

내가 잠들면 찬물이나 한 바가지

휘익 떠다 붓든가

문 밖에 눈도 지천인데

한 삽 떠다가 뿌리든가 하지

 

삼시 세 끼 공든 밥상을 볼 때마다

아무런 할 말이 없어진다.

그저 생각해낸 것이

변명거리나 아내 생각도 없는 말들만 쏟아내고 말았다.

 

아내여

나로 인해 야윈 세월들이여

부끄럽다는 말도 모자란 나는

당신을 향해 손을 내밀다

그만 움켜쥐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