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연주 여행기
🧑 최영철
📅 2003-07-08
👀 421
<\"음악과 사람들\" 8월호>
모스크바 연주 여행기
최영철(KBS미디어 콘서바토리 교수, 한국첼로학회장)
E-Mail : director@celloacademy.com
본 여행기는 필자, 서울시교향악단 바순 수석 최중원 선생과 강남대에 재직하고 있으며 경기도립 교향악단 예술감독인 유광 교수 등이 러시아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상임지휘자: 베로니카 두다로바, 정식 명칭: 인민예술가 두다로바가 이끄는 러시아 심포니 오케스트라) 의 초청을 받아 동년 6월 24일부터 30일까지 있었던 러시아 국립 아카데미 콘서트홀에서의 연주 기행입니다. 아울러 동년 6월 22일부터 2주간 KBS미디어 콘서바토리가 주관하는 러시아 국립 음악아카데미의 여름 캠프가 열리고 있어 수업 참관기를 첨부하고자 합니다. (필자 주)
6월 22일
오전 11시 인천공항 아에로플로트(러시아) 항공의 탑승 수속대에서 동행인들과 좌석 지정을 받았다. 첼리스트들에게는 해외 연주 시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이 첼로 용도의 좌석권을 별도로 구입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별도의 좌석권을 구입하지 않고 항공사의 특별 배려로 특별 수하물로 운송하기로 하였다.
현지 시각 오후 5시 10분에 안착하여 어둠침침한 공항 청사로 들어갔다. 모스크바 공항의 전등은 어두움을 강조하는 기능만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다행히 옛날과 달리 신속한 입국 절차와 세관 검색 절차를 받을 수 있었다.
모스크바에 도착하니 서울에서의 무더위와는 전혀 다른 서늘한 날씨이다.
5월에도 30도까지 오르내리던 날씨가 이상 저온 현상으로 10-15도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서울에서 입고 온 반팔 셔츠 차림으로 공항을 벗어나자 사람들이 이상한 듯 쳐다본다.
백야의 영향으로 저녁 시간이 지났는데도 어둠이 깔리지 않는다.
모스크바는 조용한 도시이다. 850 여년의 질곡을 견뎌온 러시아의 산 역사이며 증인이다.
음울하게 낮게 깔린 구름들이 이 오랜 도시의 유구함을 증언하는 듯하다.
옆에 낀 첼로 하드케이스가 유난히 무겁게 느껴지는 건 모스크바 하늘의 침울한 분위기 탓일까?
6월 23일
오전 10시부터 러시아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리허설이 예정되어 있다.
손가락 풀 새도 없이 겨우 시간에 도착하여 우선 첼로 김하신 선생의 리허설을 시작했다.
점심은 간단하게 빵과 음료수로 때우고 오후 2시부터 내가 생상스의 첼로 협주곡 리허설을 마쳤다. 리허설을 마치고 오케스트라 행정 감독인 알렉산더 마쉬코비치와 그의 사무실에서 차 한잔을 나누며 담소하였다. 클라리네티스트였으나, 현재는 연주는 하지 않고 오케스트라 행정을 맡고 있다 한다.
서구에서도 이제는 오케스트라 단체의 이름보다는 상임지휘자에 의하여 그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가늠되어지지만, 러시아에서는 아예 상임 지휘자의 이름을 따서 `아무개 지도 하에 있는 무슨 오케스트라\' 라고 칭하고 있다. 이 오케스트라의 정식 명칭도 \'인민예술가 베로니카 두다로바의 지도 하에 있는 러시아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이다.
금년 봄에 이태리 순회 연주를 가졌다며, 순회 연주회의 관객 매너 및 호응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이다. 듣다가 단원 급여에 대하여 물어보니 빙그레 웃는다. \'머지 않은 시일 내에 단원 월 급여가 미화 1500불이 될 것입니다.\' 라는 의외의 답을 들었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고급 연주인의 해외 유출을 막고자 우선 모스크바 소재 6개 주요 오케스트라 단원의 급여 인상을 약속하였다 한다. 같은 음악인으로서 부러울 뿐이다. 현재 모스크바 일반 노동자 월급의 6배에 해당하는 급여라니! 한국의 상황에 비추어 본다면 대체 얼마를 받는다는 말인가?
리허설을 끝내고 그네신 국립 아카데미로 차량 이동 중 중심가 거리에 모스크바 영화제의 플랭카드가 걸려 있는 것이 보였다.
현관에서 연락을 받은 국제업무 담당 부총장인 일리나 고레그리아드 교수가 반갑게 우리 일행을 맞이하였다. 이미 한국을 2번 방문한 바 있으며, 한국 음악계의 실정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그의 말에 의하면, 현재 약 50여명의 한국 유학생이 재학 중이며, 이미 지난 해부터 한국의 \'KBS미디어 콘서바토리\'와 제휴하여 한국의 전문 연주인을 위한 공동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에 의하여 전문 연주인들은 자신들의 방학 및 휴가를 이용하여 동교의 계절 학기를 이수하여 학위 취득이 가능하다.
부총장과 첼로의 일리나 쥬레바 교수와 함께 학생들의 마스터 클래스 시간 약속을 한 후 호텔로 향했다.
온 종일 시간에 쫓기다 호텔로 돌아오니 밤 10시 가량인데도 훤하다. 시차와 백야 때문에 시간 관념에 혼란이 온다. 백야는 상트 페테르부르크가 더하다만 이번 여행에서 350 주년과 백야 축제로 떠들썩한 그 도시를 찾으려는 계획이 순조로워야 될텐데...
백야 축제 때 연주회마다 만원으로 입장권 구하기가 어려웠던 기억이 떠올랐다.
늦은 저녁을 하고 곯아 떨어졌다.
6월 24일
호텔서 가마에서 직접 구운 피자로 점심을 대신하고 그네신 국립 아카데미로 향했다. 그네신 국립 아카데미는 러시아 3대 음악교육기관 중 하나이다. 러시아가 자랑하는 음악학교로 모스크바에는 모스크바 음악원(차이코프스키 콘서바토리), 러시아 음악 아카데미(그네신 아카데미),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상트 페테르부르크 음악원(림스키 코르사코프 콘서바토리)의 셋을 꼽을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러시아가 각 학문 분야에서 최고로 인정하는 학교에만 수여하는 아카데미의 칭호를 음악 부문에서는 그네신 음악학교만이 받고 있다.
각 학부의 학부장은 러시아 인민 예술가와 공훈 예술가 칭호를 받은 대가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러시아 당국에서는 이들 유명 예술가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학교는 마침 시험 기간이라 그런지 학생들로 대만원을 이루고 있었으며 각 층 복도마다 각 악기들 소리로 시끄러울 정도였다. 아무 데서나 거리낌 없이 연주하는 학생들을 보니 매우 활기가 느껴졌다. 또한 매일 매일 총장조차도 연습실을 배정 받아야 하는 제도를 고착시켜, 교수나 학생간에 이질감을 없앴으며, 그럼으로써 우리나라와 달리 교수가 필요 이상의 권위 의식이 없는 것 같아 좋아 보였다.
음대에서 교수실은 비어있어도 학생들은 연습실 쟁탈전이 일상이 되어버린 우리 현실이 떠올랐다.
저녁 8시 동교 연주홀에서 대불대학교 정상일 교수의 지휘로 첼리스트 김 하신 선생이 러시아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 무대를 가졌다. 현지 한국의 유학생들이 대거 참석하여, 이들의 연주를 축하하는 모습에서 한국의 선후배 음악인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연주회가 끝난 후 교포식당에서 러시아 교수들과 연주자, 현지 유학생들이 뒤풀이를 가졌다.
6월 25일
공교롭게도 내 협연 날짜가 6.25 사변일이다. 동족 상잔의 비극의 주인공 중의 하나인 구 소련의 수도에서 연주해야 하다니.
그래! 나는 평화의 소리를 전하련다.
현재의 러시아는 매우 발전했고 달라졌다. 70 여년의 볼세비키 정권이 불과 몇 년의 민주주의에 맥없이 무너지는 걸 보니 인간에게는 자유가 최고의 가치인 것이 분명하다.
러시아 지휘자인 사하로프와 리허설 중 약간의 의견 차이가 있었으나 연주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연주 후 관람하러 온 모스크바 필하모니 행정 디렉터인 악사나 레브코와 인사를 나누었다.
뉴욕에서 풀 브라이트 장학생으로 공연 매니지먼트를 전공하였다 한다. 러시아 최고 교향악단인 모스크바 필하모니 디렉터로서 손색이 없는 인품과 경륜이 감지되었다.
모스크바 필 디렉터 레브코와 러시아 심포니의 디렉터 마쉬코비치, 한국의 KBS미디어 콘서바토리 최홍선 원장과 기념 사진을 찍었다.
호텔로 돌아오니 서울에서 경기도립 오케스트라의 예술감독이자 강남대 교수인 유광 선생이 연주 차 들어와 있었다.
6월 26일
아침에 호텔의 외진 한국식당을 찾았더니 스피커에서 잊었던 옛 동요가 흘러나온다.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카레이스키들의 애환이 느껴진다. 서울의 발전한 퓨전 한식과는 동떨어진 옛날 한식이 도리어 정겹다. 역사의 격변기에 나라 잃은 설움에 만주로, 사할린, 시베리아 등으로 쫓겨나가고 끌려나갔던 동포들의 한 많은 설움을 누가 보상해줄 것인가?
잠시 동포들의 입장이 되니 애잔한 설움이 가슴 한 구석을 적신다.
오늘은 서울시향 바순 수석인 최중원 선생의 연주회가 있는 날이다.
러시아 심포니와의 협연으로 모차르트의 바순 협주곡을 멋지게 끝내고 최중원 선생, 유광 교수와 함께 호텔에서 러시아 맥주로 뒤풀이를 가졌다.
6월 27일
첼로학부의 쥬레바 교수에 공개레슨을 받은 데 이어 좀 더 학생들에게 넓은 시야를 가지게 하고자 따랄라이 교수에게도 새로이 공개 레슨을 받게 했다.
노년의 나이에도 아랑곳 않고 온갖 곡들을 외워서 연주하는 노익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런데 그것보다도 학생들의 단점을 정확히 짚어내고 또 거기에 따른 개선책을 제시하는데 대해 더욱 놀라웠다. 더욱 감탄한 것은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연습 방법을 실연을 통해 보여주는데 여러 나라의 마스터 클래스를 보고 세계의 대가들을 접해 보았지만 이렇게 세밀한 연습 방법은 처음 접해 보았다. 커다란 수확이었다.
한국에 가면 내 학생들에게도 전수해야지 다짐하며 금번 모스크바 연주여행이 값진 수확을 거둘 것이라는 확신에 나 자신이 매우 흐뭇했다.
백야의 저녁에 모처럼 한가하게 레닌 언덕까지 걸어서 산보했다. 호텔서 레닌 언덕까지는 20여분이 걸린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모스크바 대학 건물은 변한 게 없다. 다만 시내 '>
- [200] 최영호 나의오늘은 내일의 다음페이지!!! 2003-07-23
- [201] 교우회 58회 박정수 교우 장녀 결혼식 안내 2003-07-23
- [199] 김종문 김진수 관리자님 2003-07-21
- [197] 최영호 휘문교우회 동부지회 정기산행 안내 2003-07-20
- [192] 양권규 30Km 완주한 마라톤-49회 이해영 2003-07-19
- [191] 金殷禎 발 밑에 떨어진 행복부터..... 2003-07-18
- [186] 최영호 즐거웠던 \"동부지회\"벙개모임 2003-07-09
- [185] 최영철 모스크바 연주 여행기 2003-07-08
- [183] 최영호 \"엄마의 소원\" 2003-07-06
- [181] 최영호 靑 葡 萄 (청 포 도) 2003-07-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