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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우회게시판 - 문예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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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로 쓰는 편지

 

 

                    가을 저녁

 
                                    이 동 순

 

            오늘은 비가 오고

            바람이 불었습니다

            길에 떨어진 나뭇잎들이

            우수수 몰려 다녔습니다

            그대에게

            전화를 걸어도 신호만 갑니다

 

            
            이런날 저녁에

            그대는 어디서 무얼 하고 계신가요

            혹시 자신을 잃고

            바람찬 길거리를 터벅터벅

            지향없이 걸어가고

            계신 것은 아닌지요

            이 며칠 사이 유난히 수척해진 그대가

            걱정 스럽습니다

 


            스산한 가을 저녁이

            아무리 쓸쓸해도

            이런 스산함 쯤이야

            아랑곳 조차 하지않는

            그대를 믿습니다

            그대의 굿굿함을 믿습니다

 

 

  # 이동순(李東洵)시인은 영남대 국문학 교수입니다.1950년 김천에서 태어 났는데 6.25 전란에
     산후 조리를 못해서 어머니가 바로 돌아 가셨습니다.유년 시절 어머니의 부재로 인한 상처를
     여러가지 분야의 예술로 승화 시킨 시인입니다. 1973년 경북대 4학년에 동아일보 신춘 문예에
     詩가 1989년평론이 당선 되어 등단했고,월북 문인들 연구 업적이 대단합니다.
     흘러간 대중 가요 700 여개를 3절 까지 악보 없이 외워서 부르고, 아코디온과 섹스폰을
     프로 수준으로 연주합니다.1985년 긴급 조치에서 풀려난 당대 노래좀 한다는 김지하 시인과
     충주에서 노래 이어 부르기를 했는데 8 시간 만에 김지하 시인이 두손 들고 포기 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해 집니다. 문학 강의란 원래 재미 없게 마련 인데  이동순 시인은
     "비나리는고모령" "번지없는 주막"등 흘러간 엣노래를 사이 사이에 부르며 강의를 해서
     재미를 더하는 괴짜 교수 이지요. 우리의 옛 가요의 가사나 곡이 우리 민족의 시대적 한을
     고스란이 담고 있기에 문학적 정서와 잘 버무려서 
     트로트음악의 진수를 가치있는 음악으로 승화시켜 줍니다.

     가을이 곧 가려고 합니다.길에 떨어진 나뭇잎들이 이리 저리 몰려 다니며 거리를 더 쓸쓸하게
     합니다   어디론가 꼭 떠나 갈데가 있을 것 같고 혹은 오래 전에 어설프게 헤어저야 했던
     그 누군가가 불현듯 찾아와 소주 한잔 하자 할것 같은 이 스산한 가을 저녁에
     그대는 자신을 잃고 바람찬 거리를 지향없이  걸어 가고 있는 건 아니시겠죠. 
     아무리 쓸쓸해도 이 스산함 쯤이야  아랑곳 하지 않고 굿굿하게 잘 견디는 그대를 믿습니다.
     그러나 전화를 걸어도 신호만 갑니다.
     비오고 바람부는 이런 가을 저녁에 그대는 어디서 무었을 하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