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어라
🧑 박재형
📅 2013-08-31
👀 888
바람이어라
박재형
8월 무더위,
궁남지 초록 연잎속에 핀 꽃잎은 피었다 지고,
보일 듯 말 듯 시들은 잎새에 허물을 벗은 잠자리,
날개를 떨며 횡하니 떠난 자리는,
일생의 영상이 순간으로 남는다.
수 많은 상념과 기도로 덮힌
절간의 처마 끝을 타고 풍경에 닿은 바람소리,
부처님의 법보(法寶)인 듯 절박하게 기원하는 구도자에게
가공할 만한 엄청난 위력의 말씀이 되어,
낱낱이 깨어지고 부수고,
여운은 빈 마당을 채운다.
지난 시간에 있던 것, 지금 있는 것, 다음에 다시 있을
기묘한 비밀의 것을 궁구하는 생,
“시간이 지나면 다시 오지 않는다”는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들을 외면한 채,
모여졌다 헤어지는 생명의 현상들을 쫓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허전한 시간의 연속이었다.
씨줄과 날줄
맞물려 돌아가는 틈새에서 피조(被造)된 자아의 정체는
시공을 맴돌다, 진실을 벗겨내지 못하고
의문과 궁금증을 안은 채 “인생은 바람이어라”라는
추임새로 먼 훗날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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