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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 古宅을 떠올리다

(시) 이상화 古宅을 떠올리다

이학년 칠 반 수업에 들어갔던 예순 여덟 번째 식목일 날

그 교실에서 일천구백 일 년 사월 오일에 태어난 시인 이상화를 소개하다

까르르 쏟아지는 아이들 웃음에 놀랐다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저희 반장이 이상화예요 하는 것이었다.

그래, 그 이상화께서는 너희 나이를 조금 지난 젊은 때에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준엄한 목소리로 민족을 깨우고 일본을 나무랐단다.

아이들에게 큰 시인을 소개하다

삼월 십일

시인의 고택에 잠시 머물렀던 그 날을 떠올렸다

시인의 발자국이 남은 그 자리에는

석류나무 한 그루가 시인을 추억하고 있었다.

나무 끝에 달린 마른 석류 열매 한 개

나는 감히 석류를 통해서

시인의 더운 심장을 떠올렸다.

죽음이 두렵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나라는 잃었어도 겨레는 살아 있다고

겨레의 얼은 살아 있다고 했던

상화께서 살아서 맞이하는 古宅

나는 감히 古宅을 마주하고 사진을 찍었다.

정직한 낱말로만 시를 일구어

큰 시인의 삶을 닮게 해 달라고

꼭 그렇게 살아가게 해 달라고

나는 봄날 古宅에서 길게 숨을 들이쉬었다.

선생님, 뭘 그렇게 생각하세요?

순간 나에게 정직한 생각하느냐고 묻는 것 같아 부끄러웠던

식목일 일교시

봄조차 빼앗길 수는 없지 않느냐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