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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에서

(詩)

치과에서

            시인 신성수

 

툭,

떼구르르,

 

큰 아이가 오른쪽 사랑니를 뽑았다.

마취는 되었겠지만 치과 진료가 어디 편한 것이 있을까.

 

신문 너머로 누워 있는 아이를 보았다.

 

아이는 어려서부터 씩씩하게도 치과 진료를 잘 받았다.

간호사의 으름장이 없어도 엄마 아빠에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스물 셋,

벌써 그렇게 자랐는가.

 

해가 바뀌고 나서 아이는 分家를 말해 왔었다.

새벽 다섯 시 출근

의정부에선 참말 먼 고속터미널

올 겨울은 유달리 추웠다.

어른인 나도 직장 근처로 가고 싶었을 것이다.

아이는 제 속내를 드러내면서도 제 엄마의 입장을 헤아리는 눈치였다.

 

어제 동대입구역에서 약수역으로

그리고 연신내역에서 불광역으로

겨울 시샘이 남아 바람이 차가왔던 雨水 절기

두 칸짜리 방을 보고 돌아섰을 때

나는 마음이 많이 아팠다.

 

그렇게 부모 자식 사이에 천천히 이별하는 것이지

당연한 순리이지 생각하면서도

정말 아쉬웠다.

 

다 큰 아이 이빨 뽑는데 아빠도 오셨네요.

나는 의사선생님의 말에 어색하였지만 당당하게 고개를 들어 보였다.

 

의사선생님은 아이에게 오늘 잘 참았다고,

큰일 해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암, 그렇지 누구 딸인데

치과 문을 나서는데 나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거려졌다.

 

봄이 다가온다는 설렘보다

알 수 없이 기분이 좋았던 정오 무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