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함부로 말하다
🧑 신성수
📅 2012-11-06
👀 612
(詩) 가을을 함부로 말하다.시인 신 성 수
용기를 내서 억년 침묵의 가을 앞에 서다.
무섭다. 숨이 턱턱 막힌다.
가을이 내게 준엄하게 나무랄 것 같다.
도대체 너는 누구냐. 잘 알지도 못하면서
네 멋대로 분칠하고 드러낸 까닭이 무엇이냐.
어떤 기준에서 나를 보고 쓸쓸하다느니 거두는 시기니
기도하기 좋다느니 하고 함부로 말했냐 말이다.
얼마나 나를 살펴보았느냐. 얼마나 깊이 귀 기울여 보았느냐는 말이다.
금세라도 가을이 이놈하고 큰 목소리로 나를 주저앉힐 것만 같았다.
그랬다. 내가 그랬다.
그렇게 쉽게 가을을 담았던 것이다.
그렇게 쉽게 담은 결과가 자연을 우러르지 못한 결과를 만든 것이었다.
그저 남들이 표현한 것만 따라 드러내면서 으쓱거렸던 것이었다.
용서를 빌어야 했다. 무릎을 꿇어야 했다.
그러나 그러나 나는 그러지 못했다.
그것마저 거짓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싫었다. 싫은 내가 오늘도 가을 길을 걷고 있다.
떨어지는 낙엽들이 가르치고 있다.
우리는 봄을 준비하기 위해서 떨어지고 있다고.
문득 울음이 쏟아질 것 같았다.
평범한 자연의 가르침을 너무도 쉽게 생각한 것이 아파오기 시작하였다.
나는 걸음을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서둘러 걸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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