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부르다
🧑 신성수
📅 2012-09-28
👀 624
(詩) 가을이 부르다
시인 신성수
새벽, 창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을 깼다. 가을이 나를 부르고 있었다. 창을 열라고, 설익었지만 가을바람과 가을꽃을 가져 왔다고 어서 문을 열고 받으라고 말하였다. 나는 손을 내밀다가 순간 울컥하였다. 일상을 앞세워 계절이 바뀌는 것도 몰랐고,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고맙게도 직접 찾아와 준 인사에 목이 메었다. 그렇게 또 한 계절이 시작되는구나 생각하다가 나는 왜 가을을 떠올리기보다 아직 먼 겨울과 또 한 해가 지나가겠구나 하는 것과 단풍보다는 낙엽을 먼저 생각하였다. 가을은 매년 같은 낯빛으로 찾아와 주는데 나는 왜 매년 교만과 욕심만 늘어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창을 열고 손을 내밀어야 하는데 두 손만 만지작거리다가 결국 돌아서고 말았다. 등 뒤에서 가을이 어서 문을 열라고, 받으라고, 뭐하냐고 소리를 질러댔지만 나는 방문도 닫고 거실로 피하였다. 그러나 어떻게 들어왔는지 설익은 가을 아침 햇살이 거실에 가득한 것이었다. 나는 눈도 뜨지 못한 채 그대로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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