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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변명, 2012, 처서

(詩) 변명, 2012, 처서

詩人 신성수

 

- 여름, 야위었다.

 

폭염을 변명삼아 잘 쉬었다.

더위에 잘 쉬었다니

키득거릴 일이다.

녀석을 이유로 시 한 줄 안 쓰고 지났다는 말이다.

그걸 자랑이라고 당연하다고

석 달 여름 끄덕거렸다.

내가 그랬다.

처서가 지나고서야

부끄러운 줄 모르고

지나간 여름을 떠올리고 있다.

나무들은 이 여름도 당당하게

알몸으로 서서 폭염을 이겨내고

가을 입구에서

더욱 싱그러운 낯빛으로 서 있는데

늘 자연 앞에 무릎을 조아리자

나무를 우러르자고 하던

나는 이 가을 어떤 낯빛을 하고

숲으로 가서

나무들을 볼까.

나는 그래서 늘 무섭다

변명이 습관이 되고 만 내가 무서웠다

팔월의 마지막 일요일 새벽

이 글을 쓰는 시간만이라도 정직하기 위해

아내가 켜놓은 선풍기를 껐다.

 

정말 자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