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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회의 설악산 원정기
65회 휘봉회 게시판에 이종철 교우가 올린 글인데, 우리만 읽기가 너무 아까워 저자의 허락도 없이 퍼 왔습니다. 등장 인물은 모두 65회이며,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이름은 한 글자씩만 표기하니 양해 바랍니다. ============================================================================================ 화채능 원정기 1 (출발편; 원정대 결성) 18:00 대치동에서 광X의 차량으로 출발. 참가 인원은 광X, 형X, 기X, 완X, 용X, 재X, 종X 7명이었다. 남한 산성을 거쳐 막바로 양평으로 빠져 21시 30분경 남설악에 도착. 차량이 막히지 않은 관계로 예정보다 일찍 도착하였다. 주전골 식당에서 3시간 전부터 원정대를 기다리고 있던 선발대 영X , 승X  부부의 따뜻한 환대를 받았다. 이들은 세 시간을 기다리면서도 친구들 오면 같이 먹으려고 저녁도 먹지 않고 서비스로 나오는 나물 몇 가지로 깡소주를 마시고 있었다고 한다. 훈훈한 마음이 가슴으로 전달되어 오는 순간이었다. 경제 사정을 생각하며 가장 간단한 육개장으로 저녁을 때우기로 하였는데, 먼저 와 있던 3인은 기다림에 지치고, 또한 나물을 많이 먹어 식욕이 없으니 한 푼이라도 아끼자며 식사를 거절하였다. 특히 영X 은 곡기를 끊었다며 강력히 식사 주문을 거절하였다. 잠깐 의심스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친구를 의심하는 것은 君子가 마땅히 취해야 할 바가 아니라’, 즉시 그러한 마음을 거두었다. 그러나 평소 영X 과 승X 의 인격을 잘 알고 있던 몇몇 인사들은 주인집 아주머니에게 이들의 행적을 물었으나 아주머니 왈, 세 시간 동안 나물 외에는 아무 것도 먹지 않았단다. 잠시 의심하였던 죄스러운 마음을 금치 못한 우리들은 십시일반으로 육개장 국물을 그들에게 나눠 주었으나 그들은 끝내 그것도 사양하고, 우리에게 많이 먹기를 권하는 것이었다. 참으로 고마운 마음 씀씀이었다. 내일의 장도를 위하여 소주 각 일병으로 목만 축이자는 의견이 채택되어 간단히 식사를 끝냈다. 계산서를 받아 보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금액이 적혀 있었다. 식대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이라니… 면도날 기X  즉시 그 진상을 파악해 보니, 우리가 오기 전에 이들은 온갖 산해진미를 다 시켜 먹는 만행을 저질렀던 것이었다.(은어 튀김, 쏘가리 매운탕, 약초술, 소주 수십병등..) 모든 이들이 분노를 금치 못하고 이들의 응징을 강력히 주장하는데, 마침 배석해 있던 道力 높은 長春眞人의 만류로 이들은 간신히 용서를 받고, 산악 봉사 24시간의 가벼운 처벌로 결정되었다. 12시에 취침하여 새벽 2시 40분에 일어나기로 하였다.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느라 잠 못들어 전전긍긍하는데, 새벽 1시 용X 에게 걸려온 괴전화, 1시30 분에 일어나 새벽 똥 누는 자, 2시에 새벽 똥 누는 자, 도저히 잠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러나 다른 이들은 기찻길 옆 오막살이에서 태어났는지 쿨쿨 잘도 잔다.(무신경은 본받을 만한 미덕이다) 한숨도 자지 못하고 기상하여 3시10 분경 숙소 출발. 드디어 대청봉으로의 장정을 시작하였다. 대학 시절에 여러 번 청봉에 올랐으나 그 이후로는 처음이다. 27년만의 청봉 등정.. 참으로 감회가 새로웠다. 우리는 지금 설악의 품속에 안겨, 그녀의 가슴인 청봉을 오른다. 유리처럼 차가운 밤공기. 동화 속에 서있는 것같은 어둠 속의 나무들. 쏟아지는 별. 긴 행렬을 이루어 반짝이는 헤드랜턴의 불빛. 풀무처럼 헐떡이는 친구들의 숨소리 비 오듯 쏟아지는 땅방울. 설악 속에 파묻혀 있는 우리들. 아아, 얼마나 행복한 순간인가. 이러한 순간들을 위하여 그렇게들 힘들게 일하는 것이겠지, 나무 뿌리를 잡고, 바위를 돌아, 조금씩 별에 가까워 진다. 나무 나무 나무. 바위 바위 바위. 별 별 별. 설악 폭포에서 잠시 쉰 후 또다시 스틱을 잡는다. 오르고 또 오르고... 멈추면 안 된다. 멈추면 안된다. 마음 속으로 수없이 되뇌이며, 오르고 또 오른다. 어느덧 혼자 떨어져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새벽 안개가 내려앉는다 안개 속을 홀로 간다. 헤르만 헷세의 ‘안개 속에서’ 라는 시가 생각 난다. ‘이상하다 안개 속을 걸으면. 모두가 외롭다….’ 한참을 기다려도 한 사람도 오지 않는다. 또다시 오른다. 날이 희뿌연 해지며 설악의 모든 나무들이 새벽을 호흡한다. 단풍 속에 홀로 서서 새로운 아침을 맞는다. 구름을 발아래 두고 홀린 듯 한참을 서 있었다. 청봉에는 먼저 올라온 영X , 광X , 기X 가 앉아 있었다. 힘 좋은 친구들… 27년만의 청봉. 다시 대학생이 되어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 그때는 모든 것을 다 가질 것 같았는데 이제는 반백의 중년이 되어 청봉에 다시 섰다. 설악이 내게 묻는다. 그 동안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하며 살아왔는가를…. 마지막으로 용X 와 완X 이 올라온다. 포기하려는 완X 을 억지로 데려 오느라 몹시 힘들었단다(용X 의 주장). 완X 은 허허 웃는다. 笑而不答心自休라… 넉넉한 웃음이다. 화채능 원정기 2 ( 방황; 두개의 봉우리편 ) 대청을 내려오는 이 시점부터가 진짜 원정이다. 정상에서 내려와 화채능이라 짐작되는 곳으로 한참을 전진하고 난 후, 공격대장 기X 가 사방을 왔다갔다 하더니 길이 틀렸단다. 다시 올라가서 낮은 포복으로 관목 숲을 기어 제 길로 들어선 원정대는 다시 전진하였다. 기X 가 원정대를 꼬시기 위해 내걸었던 평탄하고 완만한 길은 어디에도 없었다. (벙개 산행 모집 공문참조) 겨우 토끼나 다닐 수 있는 험악한 길이 끊일듯 사라질듯 이어질 뿐이었다. 백두대간 경험자의 눈으로 보기에는 이것이 탄탄 대로로 보이나 보다. 길이 어찌나 험악한지 대청봉 등산길이 오히려 그리울 정도였다. 역시 화채능의 험악함은 소문 그대로였다. 그러나 6시간후에 설악동을 밟게 해주겠다는 기X  대장의 약속으로 우리는 힘을 얻어 전진 하였다 (이것도 꼬시는 말, 실은 그로부터 11시간 후에 우리는 설악동으로 기어 내려왔다) 미끄러운 바위 하산길에 갑자기 ‘으악’ 소리가 나더니, 앞서가던 용X 가 발을 꺽으며 쓰러졌다. 너무 놀란 우리들이 달려 갔지만 속수무책. 영X 이 즉시 압박 붕대로 조치했지만 아픔은 계속되는 것 같았다. 한참을 쉬고난 후 간신히 발을 디딜 수는 있는 것 같았다. 뼈는 부러지지 않았지만 인대가 크게 상한듯 하였다. 그때부터 용X 의 인내심과 투혼의 시간이 8시간이나 계속 되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지름길도 없고 화채봉을 지나지 않으면 달리 내려갈 길이 없단다. 그로부터 세시간을 더 걸어 화채봉 밑에 도착하였다. 다리가 아픈 용X 를 밑에 대기시키면서, 손에 가장 단단한 스틱과 짱돌을 쥐어주어 들짐승과 虎患에 대비하였다. 나머지는 화채봉 정상을 공략하였다. 길없는 길을 따라 정상에 서니, 그 장관이여. 저 위쪽에 대청봉, 앞쪽에 집선봉, 동북쪽에 울산바위까지…. 구름이 몰려왔다 다시 흩어진다. 바람이 불어 우리의 옷깃을 휘날린다. 어허, 仙界가 바로 여기로구나. “여기는 정상, 더이상 오를 곳이 없다.” 마누라에게 감격의 보고를 하며 눈물을 흘리는데 다른 친구들의 따가운 눈초리. 너 혹시 팔불출 아냐? 우씨 전화도 못하게 해. 산에서 대장에게 대들다가는 맞아 죽는다. 나는 친구들의 무언의 압력에 굴복하여 마누라에게 감격의 보고도 다하지 못한채 슬그머니 전화를 끊었다. 여태까지의 노고가 봄 눈 녹듯 하였다. (W봉 정상 사진 참조) 정상에서 내려와 용X 와 합류(그는 비장의 물개탕을 먹으며 사방을 경계하고 있었다), 한참을 가다가 다시 길을 잃었다. 화채봉으로 다시 가야 할지도 모르겠단다. 누렇게 뜨는 용X 의 얼굴. 도저히 화채봉에 올라갈 수 없는 그의 몸 상태. 용X 의 얼굴에 죽음의 그늘이 드리워졌다. 용X 야, 바위 밑에 조용히 앉아 달과 별을 벗하고 있거라. 비상식량은 두고 가마. 내년 봄에 다시 올라와 좋은 곳으로 이장시켜 주마. 기X 와 영X 이 한참 동안 상의하더니 일단 길을 잡았다. 다시 이 위치로 돌아와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발걸음이 무거웠다. 한참을 가다가 기X 가 다시 길을 찾았단다. 밝아지는 모두의 얼굴. 용X 의 얼굴에서도 죽음의 빛이 서서히 걷히고 있었다. 역시 오늘의 공격 대장 기X . 기X 는 물도 안마시고 땀도 안 흘린다. 그리고 무서운 체력. 용X 의 배낭까지 짊어지고도 하늘을 난다. 완전히 極地 開發形 인간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아무리 먼 거리도 한시간 1시만 가면 된다고 한다. (알고 보면 3 시간 이상) 여기에서 기X  대장의 유명한 지시가 하달되었다. ‘무슨일이 생길지도 모르니 최대한 물을 아껴라’ 이로부터 원정대는 모든 말에 다 ‘무슨일이 생길지도 모르니’를 붙여가며 피로를 달래었다. 약속했던 6시간이 8시간이 되고, 8시간이 10시간이 되었다. 평탄 완만한 길은 나타나지도 않고 노룻길이 계속되었다. 너무 힘들었던 탓일까? 곳곳에서 일어나는 반란의 기운. 이때 다시 나타난 長春眞人. 그의 높은 道力 과 三甲子에 달하는 심후한 내공으로 모든이들의 불만을 일시에 잠재우고 다시 전진. 주력이 가장 좋은 광X 과 영X 이 먼저 설악동으로 가기로하고, 나머지는 용X 를 보좌. 그러나 가도가도 고도가 낮아 지지 않는다. 후미리더인 완X 은 걸어가면서 잠을 자는 묘기를 실연하여 중인을 놀라게 하였다. 탈진 일보 직전에 목적지 피골의 불빛이 보였다. 그 안도감. 행복 예감… 용X 의 얼굴에 떠오른 생존의 기쁨. 정말 잘 참아 주었다. 그 강인한 정신력에 우정의 갈채를 보낸다. 우리는 모든 고난을 이기고, 15시간반의 대장정을 마치고 드디어 속세로의 진입에 성공한 것이었다. 화채능 원정기 3 (술독; 님들의 귀환편) 공격대장 기X ,광X ,영X 을 제외한 모든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