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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석작가의 병영일기 8회]논산 광주<소원수리1부>
입대하기 전, 미국 초등학교 5학년 교과서에서 영국의 시인 A. E. Housman의 <내 나이 스물 한 살 적에>란 시를 읽은 적이 있었습니다.   내 나이 스물하고도 한 살 적에 현자는 내게 말했다. \"돈이라면 얼마든지 주어도   네 마음을 주어서는 안 되느니, 진주나 홍옥은 주어도, 네 마음을 쏟아선 안 되느니\" 그러나 내 나이 스물하고도 한 살, 내겐 헛되었어라. 내 나이 스물하고 한 살 적에 현자는 다시 말하기를 \"가슴에서 내어준 마음이란 그냥 주는 것은 아닌 것을 갚음으로 되돌아오는 숱한 한숨, 그리고 끝없는 슬픔이리라.\" 내 나이 이제 스물하고 두 살, 오 정말이어라, 정말이어라. 그렇습니다. 우리는 컴퓨터에 너무 많은 마음을 주고 있는 것이나 아닌지? 컴퓨터가 두 대, 노트북을 한 대 가지고 있습니다.   집에서 사용하는 컴퓨터와 글방에서 쓰는 컴퓨터, 여행중에 휴대하는 노트북이 한 대입니다. 1994년에 드라마 <임꺽정>을 쓸 때 컴의 속도에 반하여 조립품 486으로 시작한 컴퓨터가 지금은 팬티엄 3로 발전했습니다. 덕분에 글방에서 쓰는 컴퓨터에는 이전의 작업 하드까지 옮겨 달아 초기화면에 CD ROM이 E로 뜹니다.    그런데 집에서 사용하는 컴퓨터는 추석 연휴 동안 술에 취해 들으라며 후배가 구워준 음악 CD에 바이러스가 묻어왔던지 윈도우가 깨지고 CD ROM을 인식하지 못하는 멍청이가 되어 컴퓨터 119를 불러 불안하던 \'윈도우 ME\'를 \'윈도우 98\'로 교체했고, 글방 컴퓨터는 노후한 전선으로 합선되어 불이 나는 통에 초기화면조차 뜨지 않는 먹통이 되어 10년 동안 작업해온 기록들이 다 날아가는 줄 알았습니다. 주위에서 끝난 컴퓨터라며 버리라고 놀렸지만 고집스럽게 휀과 그래픽 카드를 용산 전자 상가에서 5만 5천원에 구입하여 직접 조립한 결과 불행중 다행히도 두 개의 하드가 모두 건재하여 다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컴퓨터를 만나면서 그동안 투자한 돈이 9백만 원 정도는 되는 거 같군요. 뭐가 그렇게 많으냐구요? 486은 다운이 되면 그동안 작업한 원고들이 순식간에 날아가는 바람에 원고가 날아가지 않는다는 노트북 삼성 센스 560만 원짜리를 당시에 아는 분을 통해 460만 원에 구입한 탓일 겁니다.   당시 기아에서 나오는 소형차 프라이드 하나 가격이었죠. 다행히 요즘 용산전자상가에 들고 나가도 15만 원은 받는다는군요. 그러나 15만원으로 노트북을 배신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두 딸아이가 모두 그 노트북으로 레포트를 작성하며 대학을 마쳐 자신들의 밥벌이를 하게 한 공로자이니까요. 이번 일을 계기로 확실해진 것이 있다면, 컴퓨터의 내부구조를 이해하게 되었고, 혼자 조립도 가능해졌다는 것이 소득이라면 소득이랄까요? 허허허허허........... 아무튼 컴퓨터에 너무 마음을 주지 맙시다. 돌아오는 건 숱한 한숨뿐입니다. 가끔 만년필로 글을 써보는 것도 괜찮겠지요. 잡설이 길어졌습니다. 시작해볼까요? <소원수리> 제목을 달아놓고 보니 문득 휘문중학교 입학할 때 면접시험을 보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시험관은 뒷날 중학교 1학년 담임을 맡으셨던 국사 담당의 황진락 선생님으로 기억된다. 전형 서류를 들여다보시던 황 선생님께서 첫 번째 질문 같지 않은 말씀이 \"수송동이라 집이 가깝군!\"이셨다. 그냥 있어도 될 것을 \"돈암동인데요!\"가 사단! 선생님께서 \"여기는 수송국민학교를 졸업할 예정이고, 집도 수송동으로 되어 있는데?\"라며 별명(실례 같지만 독사셨죠?)과 어울리는 예사롭지 않은 눈길로 건너다 보셨다. 주소가 바뀐 그 간의 사정을 상세히 말씀드릴 수 밖에 없었다. 1.4후퇴 때 한 달만 피해 있으면 다시 국군이 북진할 것이라는 소문을 믿고 단신으로 월남하신 큰아버지가 손꼽아 기다리시던 북진이 정지된 10여년만에 마침내 기다림에 지쳐 동백아가씨처럼 퍼어런 멍자욱으로 가슴에 남은 북녘의 큰어머니와 자식에의 그리움으로 재혼의 조건을 어린아이를 못 낳는 여자, 그리고 통일이 되면 그날로 고향에 혼자 돌아가도 잡지 않을 여자를 제시하셨다.    마침 어머니 주위에 불임으로 이혼을 당하신 분이 계셔 재혼하시면서 패케지 결혼 선물로 내가 양자라는 이름으로 돈암동 조병옥 박사 댁 근처에 있던 큰아버지 집으로 보내진 기간이 휘문 중학교 무시험 전형에 서류를 제출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즈음이었다.   주소가 바뀐 장황한 사정을 묘한 미소로 들으시던 황진락 선생님은  합격하면 학교를 찾아올 수 있느냐고 물으셨다. 오늘도 전차로 원남동에서 내려 찾아왔다고 대답했더니 전차 통학을 할거냐고 물어 자전거 통학을 하고 싶다고 했다. 황진락 선생님은 종이와 연필을 내미시며 \'자전거 통학\'을 한자로 써보라고 하셨다. 자전거는 국민학교 4학년 국어책에 운동장, 학교와 함께 처음으로 배운 한자여서 \'자전거 O학\'까지는 쓸 수 있었지만 \'通\'자는 결국 쓰지 못하고 말았다. \'통\'자를 쓰지 못해 어린 마음에 불합격이 될 것이라고 단정하고 필기 시험에 응시 준비로 6학년 교과서를 다시 꺼내 열심히 읽던 중 1차 합격을 교무실과 공동수도를 사이에 두고 서있던 신관 벽에서 읽을 수 있었다. 그렇다. 이후 나는 몇 번의 관문에서 써야 할 한자를 쓰지 못했었다. 대학 입시에 출제되었던 문제는 \'염천\'과 \'골동품\'이었는데 \'炎\'자와 \'董\'자를 쓰지 못했었고, 처음 본 취직시험에서도 10개의 한자 문제중 쓰지 못한 것이 \'선박\'의 \'舶\'자였었다. <소원 수리>가 한자어임에는 분명한데 정확히 어떻게 써야 하는지 지금도 확실하지 않다. \'소원\'과 \'수리\'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한자어로 유사한 것들은 아래와 같다. 소원(所願) → 바라고 원함. 또는 바라고 원하는 일. 소원(素願) → 평소부터 늘 바라고 원하는 마음. 소원(訴寃) → 억울한 일을 당하여 관(官)에 하소연함. 소원(訴願) → ①하소연하여 바로잡아 주기를 바람. ②법률, 행정 관청의 위법 또는 부당한 처분으로 권리와 이익을 침해받을 때에, 그 상급 관청에 대하여 처분의 취소 또는 변경을 청구하는 일. 수리(受理) → 서류를 받아서 처리함. \'받아들임\', \'받음\'으로 순화.   수리(修理) → 고장나거나 허름한 데를 손보아 고침. 두 단어를 조합하면 8개의 결과가 나온다. 所願受理 →바라고 원하는 바를 서류로 받아서 처리함. 所願修理 →바라고 원하는 바를 고침. 素願受理 →평소부터 늘 바라고 원하는 마음을 서류로 받아서 처리함. 素願修理 →평소부터 늘 바라고 원하는 마음을 고침. 訴寃受理 →억울한 일을 관(官)에 서류로 하소연하여 처리함. 訴寃修理 →억울한 일을 당하여 고침. 訴願受理 →침해받은 권익을 서류로 받아서 처리함. 訴願修理 →침해받은 권익을 고침. 논산훈련소를 거친 분들은 바로 이 \'소원수리\'서를 한번쯤 써보았을 것이다. 그 시기는 훈련을 마치고 논산훈련소를 떠나는 배출대에서였을 것이고.... 그러나 1968년 3월에 논산 25연대 3대대 3중대에서 훈련을 받았던 105기 훈련병들은 이 소원수리서를 두 번 쓰는 체험을 해야 했다.   <계속> \'소원 수리‘를 한자로 어떻게 쓰는지는 다음 회를 통하여 정답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밀린 밥벌이 원고부터 급히 해결해야 하기에 이 정도에서 끊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