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석 작가의 병영일기(3회)]서울,논산,광주<수용연대>
🧑 이율영
📅 2004-09-06
👀 437
<수용연대>
수용연대는 전편 맨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낯선 얼굴들의 또래들과 팔짱을 끼고 무릎까지 쌓인
눈밭을 헤치며 들어갔다.
그곳의 위치가 어디인지, 규모가 어떤 것인지는
다음날 새벽에 \"기상!\"이란 낯설고 황당한 명령으로
잠에서 깨었을 때에도, 그리고 엿새만에 그곳을 떠날 때까지도
나치에게 끌려간 유태인들에게 아우슈비치의 외연처럼
어디에 위치했는지, 규모가 어떠했는지 명확하지 않듯
지금도 수용연대의 기억은 낯설고 불명확함, 바로 그것이다.
군인 비스름하게 식사당번을 뽑아 식당에 가서 밥을 받아다 나눠먹고,
첫날 각자 자신의 누런 신체검사 용지를 받았다.
아마 이튿날인가, 화랑 담배 한 갑인가를 받았을걸?
저녁 9시가 되면 염소새기들이 축사에 돌아오듯 내무반에 모여들어
침상 끝에 서서 머릿수를 확인받고 취침을 시작하고....
그때, 우리의 호칭은 \"장정\"이었다.
민간인에서 군인으로 가는 중간지점이 수용연대였고,
우리는 장정이란 호칭으로 불리워졌다.
서울장정, 전남장정, 전북장정, 경남장정.....
서울장정 중에는 58회 동창인 정세종, 안성식, 김성식, 호윤진 군 등도 끼어 있었다.
장정들은 최종적으로 군대생활에 적응할 수 있는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자신의 신체검사용지의 빈칸들을 채우기 위하여
분산된 장소를 찾아다니며 신체검사를 받아야 했다.
지능검사를 받고 유행가를 흥얼거리며 고전무용을 하는 듯한 몸짓의
의무병에게 따끔따끔 예방주사총에 3번 쏘이고, 신체검사를 받았다.
장정들 가운데 일부는 군대를 빠져나가는 방법을 연구하며
수용연대 담을 넘는 것은 탈영이 아니라며
PX에서 빈둥거렸으나
처음부터 수용연대의 생활은 군대 생활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확실한 정보를 입수한 터인데다 입대의 목적까지 확실해서(?)
머뭇거리지 않고 계획대로 검사 장소를 찾아다닌 결과
사흘만에 모든 과정을 마칠 수 있었다.
나흘 째 되는 날에는 평생 보리밥이라고는 먹어보질 않아
30%쯤 보리알이 섞인 시꺼먼 군대 짬밥이 낯설어
PX에서 사온 삼립빵에 사이다를 섞어 마시며
텅빈 내무반에서 서울서부터 들고 왔던
을유문화사 발간 세계명작전집 중 파스칼의 팡세를 읽고 있는데
사람 좋아 보이던 내무반장이 들어왔다.
첫날 자기는 이미 제대특명을 받아야 했으나
김신조 때문에 복무가 연장되어 국가의 부름을 뿌리치지 못하고
헌신중이라던 말년 병장이었다.
왜 신체검사장에 가지 않느냐고 하여
다 마쳤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읽고 있던 팡세를 보더니 무슨 과를 다니다 왔느냐고 물었다.
국문과를 다니다 왔다고 했더니 빙긋이 웃더니
꼼짝 말고 여기 있으라는 것이다.
잠시 후 그가 가지고 온 것은 주간지 한 권과 편지지였다.
주간지 뒤에는 펜팔을 원하는 남녀의 주소란이 있었고,
내무반장이 골라준 10개의 여자들을 향하여 편지를 써야 했다.
그리고 내무반장은 집으로 편지 한 장을 써도 좋다는 특혜를 베풀었다.
아, 그리운 서울이여!
이튿날, 아침 식사가 끝나자마자 나는 내무반장에게 이끌려
수용연대 본부 중대로 끌려갔다.
그리고 하루 종일 그들의 줄 그어준 주소에 여나므 통의
펜팔 편지를 써야 했다.
그 날 점심은 황홀했다.
그들이 내무반으로 시켜온 사제 짜장면 한 그릇과
탕수육 한 접시......
나에게 주어졌던 탕수육 몇 점과
반합 뚜껑에 따라준 소주맛은 정녕 잊지 못할 황홀한 별미였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나의 군번과
내일 논산훈련소 25연대로 넘어간다는 소리를 들었다.
주특기가 \'10\'에서 \'12\'로 바뀐 것도 알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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