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전철 안 일곱 남자
전철 안에 일곱 남자가 앉아 있다. 묘한 것은 그들이 앉은 자리 뒤에 ‘이 자리는 임산부와 유아를 동반한 배려석’이라는 것이다. 거기 앉기가 쉽지 않았을 것인데 대단한 용기다. 아니다. 그들의 일상이 쉽게 거기에 앉게 했을지도 모른다. 그들의 공통점은 쉽게 발견된다. 그들은 약속한 듯이 겨울철이라 짙은 회색과 검정 계열의 옷을 갖추어 입었고, 잠이 들었다는 것이다. 청년 한 명만 스마트 폰을 밀어 가면서 까르르 웃고 있다는 것이다. 가끔 앞자리의 나와 주변을 살피면서 입을 가리는 것도 잊고 웃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여섯 남자는 깊이 잠들었다. 놀랍게도 전철역을 하나 씩 통과할 때마다 잠들었던 승객들이 한 명씩 잠을 깨고 일어나 내린다는 것이다. 무서운 습관이다. 조심스러운 표현이나 길들여졌음이라고 생각하였다. 빈자리에 임산부와 영유아를 동반한 승객들은 오지 않는다. 하기야 퇴근 시간에 그 자리의 주인공들을 발견한다는 것은 어려운 것이다. 그런 까닭에 승객들은 하루의 노동을 달게 마치고 그 자리라도 비었으면 앉게 되는 것이다. 한 명만 먼저 앉아 있으면 용기는 쉽게 드러난다. 가여운 남자들이어. 나는 그런 생각을 하였다. 전철 안에 ‘이 자리는 노동으로 수고한 사람들을 위한 배려석입니다.’라는 공간도 생겼으면 하였다. 남자를 우대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잠시라도 달게 눈을 붙이고 잠을 깨어 그들이 사는 집에 도착할 때는 다소 피곤도 덜어져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 본 것이다. 전철은 빠른 속도로 종점을 향해 달린다. 다음 역을 알리는 기계음 안내 방송, 처음에 보았던 배려석의 일곱 남자들은 모두 떠났고, 그 자리에 여성 승객도 앉는다. 공통점은 계속 발견된다. 회색과 검정 계열의 옷들, 스마트 폰을 미는 승객은 조금 늘었다. 나는 스마트 폰이 없어서 빈손만 밀었다. 우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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