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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잊다

(詩) 아내를 잊다.

 

시인 신성수(71회)

 

아내가 갑상선으로 치료 중인데

새해 들어서자마자 동이원소 검사 받는다고

몇 번이나 들었음에도

어제 슈퍼에 들러서

물미역과 파래를 사 왔다.

아내가 병원에서 그런 것들은 먹지 말라고

그 말도 참 여러 번 들었음에도

겨울에 제격이라며

장보기가 요즘 남편들 대세라며

으쓱거리며 들고 왔다가 할 말을 잊었다.

나는 거울에 나를 세워 놓고

혼잣말로 물어보았다.

잘 하는 짓이다. 참 잘하는 짓이다.

 

오늘도 나는 혼자 밥상을 마주한다.

방학이라고 집안에 있기 보다는

그래도 직장에 가는 것이 어울릴 것 같아

아내가 삶아 둔 물미역으로 아침을 먹는다.

참 그렇다. 기분이 굿이다.

초고추장이 원래 그런 맛인지

더 시큼한 것이 그렇다.

밥상을 물리는데

잠이 깬 아내가 나온다.

 

오늘 설 장보기 가자 그랬지?

여보, 오후에 약속 있다고 했잖아요.

 

제길

또 잊었다.

 

아내는 검사 때문에 감기약도 먹지 못하고 남겨 두었다.

나도 그냥 친구삼아 감기를 몇 날 더 데리고 있어야겠다는

근사한 변명을 새기는 올해 마지막 날

 

억지 시를 한 편 담는다.

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