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해 정신 다룬 책 잇따라 발간
동국대 교수 출신 학자들 저술
김광식, 계승 단체 등 역할 조명
고재석, 제자와 대담 형식 집필
지금까지 나온 만해 한용운(1879∼1944)에 관한 저술은 2000편에 달한다.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만해를 따르는 정신은 그가 남긴 보이지 않는 유산이기도 하다. 승려이자 시인, 독립운동가로 활동했던 만해 한용운을 조명한 책이 잇따라 나왔다. 만해를 읽으면 알 수 있다. 그에게 불교적 해탈과 자유, 진정한 사랑의 문제는 셋이 아닌 하나였다는 것을. 2022 만해축전 기간을 맞아 만해 관련 도서들을 통해 그의 철학과 정신을 되돌아 본다.
■ 만해 한용운의 기억과 계승
20년간 만해 연구에 매진해 온 김광식 동국대 교수는 한용운의 기억을 계승한 인물과 단체에 관한 내용을 학술서로 정리했다. 저자는 만해 정신의 계승과 실천의 역사를 만해학의 범주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은 만해의 동지와 제자, 그리고 만해사상의 계승단체로 나뉘어 구성됐다. 저자는 만해에게 독립운동 자금을 전달한 수덕사의 만공스님부터 만해 전집 편찬에 필요한 자료를 보관해 온 박광, 해인사 주지를 역임했던 이고경을 만해의 동지로 소개한다.
만해에게 밀사를 보낸 적이 있다는 백범 김구의 발언을 살펴보며 이들의 관계 또한 유추한다.
이어 한용운의 가르침을 접했던 제자들에 대한 기록과 함께 만해의 묘소 이전이나 기념사업 등에 대한 만해 유족들의 생생한 증언도 있다. 김광식 교수는 “만해가 근현대 한국을 대표하는 인물이 된 것은 신념에 투철한 그의 생애와 선구적인 사상 때문이었다. 그와 동시에 그의 정신을 계승 실천하려는 인물 및 단체의 활동에 힘입은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 당신을 보았습니다 - 한용운의 삶과 문학
고재석 동국대 명예교수는 대담 형식으로 만해 한용운의 평전을 썼다. 1차 자료를 중심으로 서재에서 제자 두 명과 12번에 걸쳐 나눈 대화는 만해의 속살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진지하고 치열한 공부의 이면에는 저자의 따스한 시선이 곳곳에 배어있다.
증거가 없으면 믿지 않는다는 저자의 기조와 뒤편에 실린 연보는 책의 신뢰성을 더한다. 저자는 한용운의 ‘조선불교유신론’의 성격을 비롯해 도반들과의 인연, 임제종 운동, ‘님의 침묵’의 구조적 분석 등을 다룬다.
만해가 옥중에서 참고서도 없이 쓴 ‘조선독립이유의 서’는 ‘제2의 독립선언서’라고도 평가했다. 만해가 주장했던 승려들의 결혼 금지 철폐 청원에 대해서는 포교와 국력 증진의 방편으로 봐야한다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만해의 학문과 예술은 하나로 수렴하는 것이 특징이다. 저자는 만해가 소설을 쓴 이유에 대해 “3·1운동 이후 정신적 환멸과 자조, 돈과 사랑에 빠져버린 대중을 계몽할 필요를 절감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한다. 김진형